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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배우 화술의 개념과 훈련 방법

by ※◇♧‡ 2023. 6. 15.

배우 연기술에 있어 화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말은 어려서부터 일상적으로 해 온 것이라, 말하는 방법 훈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말이 그렇게 쉬운 것이라면 어색하게 대사 하는 배우는 왜 그렇게 많은 것인가? 일상의 말과 무대의 말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배우의 화술이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알아보고 기초 화술 훈련 방법까지 살펴보기로 하자.

 

화술의 개념

우리는 일상에서 수사가 화려하고 말에 설득력이 있어 언변이 좋은 사람을 화술이 좋다고 일컫는다. 하지만 연기에 있어서 말의 내용에 해당하는 언변은 작가의 몫이다. 그러니 배우의 화술은 작가가 써놓은 남의 말을 자기 말처럼 구사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의 대화는 내용 전달만으로도 큰 불편함 없이 해결되지만, 배우에게 요하는 화술의 기준은 일상과는 비교할 수 없게 엄격하다. 배우의 화술은 발성, 발음, 억양, 강세, 어조, 휴지, 고저, 장단, 강약, 완급조절 등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대본 분석 능력, 목표 투사 능력 등 배우의 전반적 역량과 연관되는 복잡하고도 광범위한 영역이다. 

 

화술은 대사를 다루는 기술이다.

화술은 기본적으로 말을 하는 기술이지만, 일상의 말과 무대의 대사는 구사되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일상의 말이 생각과 동시에 발화된다면, 대사는 작가가 써놓은 문장을 분석하고, 표현을 찾고, 연습하는 사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대사가 연극 공연만을 위한 일상과 동떨어진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객석에서 공연을 보는 관객에게 더 진실되게 들리도록 말하는 것이 배우 화술의 목적이다. 일상의 자연스러움이 무대에서의 자연스러움이 아니라는 것은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일상대화를 자막 없이 알아듣기 힘들다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무대 위의 자연스러움이라는 화술 본래의 취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밀한 대사분석과 이를 토대로 한 정확한 표현이 전제되어야 한다.

 

화술의 중심은 문법이 아니라 어법이다.

배우의 대사이건 일상의 말이건 모두 사회 관습으로 굳어진 언어 법칙의 제약을 받는다. 그 언어 법칙이 문법과 어법이다. 문법은 주로 어휘 체계나 통사 구조 같은 글의 법칙을 다루고, 어법은 주로 발음, 휴지, 억양, 강세, 어조 등과 같은 말에 관련된 부분을 다룬다. 그러니 문법은 대사를 만드는 극작가의 몫이고, 어법은 배우의 몫이 된다. 물론 극작가도 대사를 만들 때 어법까지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발음하기 힘든 어휘나 음절의 조합이 너무 많거나, 휴지 없이 유지해야 하는 한 단락이 너무 길어 자연스러운 호흡이 불가능하다면 좋은 대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어법을 사용하라.

배우는 정확한 화술을 위해서 어법에 오류가 없어야 한다. 대사의 분석 단계에서 화술과 직접 관계되는 어법은 휴지와 강세, 억양과 어조 등이다. 이때 강세는 휴지, 억양과 연관되어 있고, 어조는 억양의 한 범주로 최종 적용 단계에서 필요한 개념으로, 분석 단계에서는 휴지와 억양의 오류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휴지란 한 문장을 입으로 말할 때 단락이 끊어지면서 잠시 쉬게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숨을 쉬기 위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말을 할 때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자연스럽게 휴지를 활용한다. 하지만, 글을 읽을 때는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 글로 쓰인 문장은 쉼표 외에는 휴지를 표시하는 방법이 없는데, 정작 휴지는 쉼표가 없는 경우에도 빈번히 발생한다.

바로 이 때문에 문제 되는 것이 띄어쓰기인데, 별생각 없이 의지하는 띄어쓰기는 종종 잘못된 휴지의 주범이 된다. 휴지가 일어나는 곳에는 거의 항상 띄어쓰기가 있다. 하지만 띄어쓰기와 휴지를 동일시하여서는 안 된다.  말을 할 때는 한 문장 안에서도 반드시 끊어야 할 지점과 반드시 붙여야 할 지점이 있는가 하면, 끊을 수 있지만 붙여도 되는 지점도 있다. 그것에 대한 파악은 정확한 구사에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다. 

억양이란 말을 하는 데 있어 고저와 강약 등의 요소들이 형성하는 선적인 형태를 가리킨다. 우리말은 기본적으로 성조언어가 아니므로 억양 없이 말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의미 전달력은 유지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순전히 억양만으로도 여러 의미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대사는 단 한 번에 정확한 의미를 전달해야 하므로 기본 의미로부터 미묘한 감정에 이르기까지 억양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라는 글이 있을 때, "자니?"라는 의문문이 될 수도 있고, "잔다." 서술문이 될 수도 있고, "자라!"는 명령문이 될 수도 있다. 또, 의문문에서 뒤를 길게 끌어올리면 의아하거나 놀랍다는 표현이 되고, 길게 늘여 중간을 낮췄다가 다시 끝을 올리면 어이가 없다거나 가소롭다는 표현이 된다. 

일상에서는 이렇게 까지 세세히 생각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우가 대사를 구사할 때는 의미나 감정에 의거할 때 잘 맞지 않는 화술이 자주 나타난다. 일상의 말과 대사는 그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초 화술 훈련 방법

화술과 관련된 사항은 보통 대본 읽기의 첫 단계에서 강조된다. 이때에는 대사의 기본 의미를 분석하여 그에 맞는 휴지와 억양을 찾아 구사하되, 한 단락 한 단락을 같은 높이로 굴곡 없이 진행하다 마지막 단락의 마지막 부분의 억양만으로 기본 의미를 표현해 보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천천히 모든 휴지를 살려가며 정확한 발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천천히 연습하다 속도를 높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는 쉽지 않으며, 휴지를 주었다 없애는 것은 쉽지만 처음에 쉬지 않았던 곳에서 쉬려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발음 역시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한다고 웅얼거리다 보면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실제 대사를 구사할 때는 억양과 휴지뿐만 아니라 훨씬 다양한 요소들이 개입된다. 억양의 높낮이가 다양해지고, 휴지의 길이도 일률적이지 않고 복잡해진다. 대사의 속도도 부분마다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고, 수로 나열 할 수 없는 변용이 가능하다. 

 

이상 배우 화술의 개념과 훈련 방법을 살펴보았다. 자칫 이런 식의 화술 분석은 초기 단계에만  해당되고 실제 대사 구사는 배우의 경험이나 막연한 느낌에 좌우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배우가 구사하는 대사는 어떤 경우에도 정확하고 치밀한 분석의 결과이며, 대사의 의미와 감정을 분석하여 그것을 원활하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배우의 화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