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는 원칙적으로 한 문장을 한 호흡으로 뱉어낸다. 하지만 이 원칙을 오해하거나 잘못 적용하다 보면 대사 전달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글은 문맥에 따라 전후좌우 유추가 가능하지만, 말은 발화의 순간 지나가 버리므로 배우는 아주 섬세하고 정확한 화술을 구사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끊어 읽기는 글을 말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분석 과정 중 하나이다. 여기서는 대사를 한 호흡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휴지를 주어 끊어 읽기를 하는지 그 방법을 알아보자.
끊어 읽기 (띄어 읽기) 란 무엇인가?
한 번쯤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농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데이트."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이트), "피자 헛 먹었네." 등이 있다. 이것들은 끊어 읽기의 오류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농담들이다. 일상이든 무대든 이 정도로 문장을 파괴하면서 까지 잘못 말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아무리 화술이 좋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띄어쓰기해야 하는 단어의 단위를 파괴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문법은 단어마다 띄어쓰기를 하고, 문장의 끝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리고 중간에 필요에 따라 쉼표를 넣는다. 그런데 이 정도의 구분으로는 문장의 의미를 말로 전환하는 데 있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피자헛 먹었네."를 빠르게 발음하면 특정 피자를 먹었다는 것인지, 피자를 헛 먹었다는 것인지 말로 구별해 내기 어렵다. 우리는 일상에서 문맥으로 파악하지만 배우는 관객에게 그런 수고까지 끼쳐서는 안 된다.
즉, 끊어 읽기란 글로 쓰여 있는 대사를 말로 전환할 때 그 의미를 정확히 하기 위하여 띄어쓰기와 무관하게 휴지를 두는 것이다. 여기서 띄어쓰기와 무관하다는 말은 휴지를 두는 부분은 거의 대부분 띄어쓰기가 되어있지만, 띄어쓰기 한 곳을 무조건 다 붙여 읽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문장의 핵심어 앞에서 끊어 읽는다.
배우의 대사는 함축적이고 집약적이다. 좋은 작가는 배우가 아무 말이나 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설령 작가가 깊은 고민 없이 쓴 대사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배우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강한 충동으로 말하여야 한다. 즉, 대사는 꼭 하고 싶은 말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사의 끊어 읽기는 곡 하고 싶은 말 앞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셔."라는 대사가 있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고 싶은 말이 될까? 가령, 이 말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방에서 서프라이즈 파티하면서 망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방으로 쑥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아버지가 지금 들어간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 진다. 이때, 이 문장의 핵심어는 "들어가셔"가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아버지가"와 "방을" 사이를 떼어 말할 겨를도 의미도 없다. 하지만, "들어가셔"까지 붙여버리면 가장 하고 싶은 말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다. 따라서 "아버지가 방에 / 들어가셔."가 적당한 표현이 된다.
만일, 서프라이즈 파티를 부엌에서 준비했는데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가시면? "아버지가 / 방에 들어가셔."가 된다. 가장 중요한 핵심어 "방에"를 이미 말했는데, 그다음에 또 휴지를 둘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생일파티를 준비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방으로 쑥 들어가시면? 지금 들어가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셔"와 같이 끊어 읽기가 필요 없어진다.
끊어 읽기 하는 단어에 악센트가 생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다. 각 문장에는 가장 하고 싶은 핵심어가 있고, 그 단어에는 당연하게도 악센트가 발생한다. 물론 강조를 하는 방법은 소리를 크게 하거나, 반대로 아주 작게 하거나, 천천히 한 자 한자 찍어서 하는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중에서는 끊어 읽기는 거의 대부분 강조할 단어와 함께 온다. 앞의 예에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라는 문장을 끊어 읽기조차 없이 쭉 읽으면 무미건조한 정보 전달에 그치고 만다. 객관적 정보 전달은 연기가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 가방에 / (v) 들어가신다.", "아버지가 / (v) 방에 들어가 신다.", "(v)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라고 띄어 읽기와 악센트가 사용되면, 그것만으로도 제각각의 다급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볼륨, 스피트, 뉘앙스까지 보태지면 완벽한 연기가 되는 것이다.
이상으로 대사 분석에 있어서 끊어 읽기(띄어 읽기) 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배우의 말은 오해의 여지가 하나도 없도록 명쾌하고 명징하여야 한다. 한 문장은 한 호흡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동시에 모든 문장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핵심어가 있고, 그 핵심어를 중심으로 끊어 읽기와 악센트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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