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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 만들기

by ※◇♧‡ 2023. 6. 14.

우리는 조금씩은 자신에 대한 착각 속에 산다. 그 착각이 심각하지 않다면 살아가는데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하지만, 배우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남들이 보는 모습이 다르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배우라면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에 앞서 자신이 자신을 정확히 보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배우의 이미지에 따른 캐릭터 만들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자신의 무대 이미지 파악하기

 

 

배우라면 누구나 잘생기고 멋있는 주인공을 꿈꾼다. 이왕이면 부잣집에 이쁘고 멋있는 의상을 입고 싶다. 아름다운 여배우, 멋있는 남자배우와 환상적인 연애의 주인공도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희망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역할은 한정되고 지원자는 넘쳐난다. 잘 생기고 이쁜 배우만 넘쳐나는 것이 아니다. 개성 있는 배우, 괴상한 배우, 이상한 배우, 코믹 연기 잘하는 배우, 멜로 연기 잘하는 배우 등등 장르별, 직업별, 성격별로 특화되어 있는 배우가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파출부 전문 배우, 무당 전문 배우까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주인공만 노렸다가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미지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 우리는 지금 일상에서의 이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는 세상 선해 보이는 사람도 무대에서는 악역이 어울리는 경우가 있고, 일상에서는 우락부락 험상궂게 생겼는데 무대에서는 귀여운 역할에 더 어울릴 수 있다. 배우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때 자신에게 맞고 평가가 좋은 지 솔직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무대에 많이 서봐야 한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다면 가리지 말고 이것저것 많은 역할을 많이 해봐야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게 되고 경쟁력 있는 자신의 무대 이미지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의 논의는 모든 배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유형의 캐릭터를 넘나들며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있다. 궁극적으로 그런 배우가 되는 것이 모두의 목표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 단계씩 밟아나가야 한다.

 

캐릭터를 유형화해서는 안된다.

무대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파악하라는 것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유형화하라는 뜻은 아니다. 비록 캐스팅은 배역의 이미지에 따라 하겠지만, 배우는 자신의 역할을 그렇게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운 좋게도 햄릿 역할을 맡았다면 미리부터 "결단력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왕자"라고 한계를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 햄릿이라는 인물로 창조해 낼 수 있는 캐릭터가 얼마나 많은데, 이런 섣부른 유형화는 너무 쉽고 허무하게 인물의 가능성을 말살하는 행위이다. 캐릭터는 순간순간 인물의 삶이 누적되어 완성되는 것이지 캐릭터에 맞추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유형화된 행동 패턴보다는 인물이 닥친 순간의 진실에 더 집중하여야 한다.

 

 

캐릭터의 삶을 연구한다.

캐릭터는 누적된 삶의 결과이다. 선천적 기질에 환경적 영향이 더해져 매 순간 어떤 선택들을 해 온 결과가 오늘의 캐릭터이다. 연기는 매 순간의 선택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캐릭터가 이번 선택의 방법을 결정짓고, 이번 선택은 또 앞으로 인물의 캐릭터에 더해진다. 배우는 인물의 삶을 철저히 연구하여야 한다. 조직 폭력배 역할을 맡은 배우가 조직 폭력배의 삶을 연구하지 않고 비슷한 유형의 연기를 연구하는 것은 설익은 흉내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있다. 조직 폭력배를 하나의 유형으로 연구해서는 탁월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

 

이상 배우의 무대 이미지를 파악하는 방법과 캐릭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연기의 현장은 낭만적이지 않다. 약육강식의 세상과 같은 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가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상투적이고 유형적인 연기를 하는 것이다. 혹시 현장에서 유형적 인물을 연기하라는 요구를 받더라도 배우는 자신만의 내적타당성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단단한 캐릭터 구축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