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의 <산돼지> 희곡 분석 - 줄거리, 인물 분석

김우진의 희곡 <산돼지>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저항과 좌절, 새로운 삶의 모색을 그린 우리나라 최초의 표현주의 극이다. 이 극의 제목인 산돼지는 주인공 원봉의 별명이면서 주변 환경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원봉의 사회 개혁에 대한 숙명을 의미한다. 

 

<산돼지> 희곡 본석 - 줄거리

 

원봉은 청년회 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친구인 차혁과도 사이가 틀어진다. 그는 차혁이 자신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 영순의 애인이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기다 애인인 정숙도 원봉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일본으로 떠나버린다. 결국 그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신경쇠약에 걸린다. 

원봉은 몽환 속에서 동학군이었던 아버지와 관군에게 쫓기다가 원봉을 낳고 죽은 어머니의 일을 알게 된다. 그를 키워준 최주사는 원봉과 자신의 딸인 영순을 결혼시키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최주사 댁은 가정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이를 어기고 영순을 차혁과 결혼시키려 한다. 

결국 영순과 차혁은 약혼하고, 정숙과 재회한 원봉은 서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돼지>의 등장인물

최원봉 : 아버지가 동학군이란 이유로 부모 모두 관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최주사 집에서 자란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그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병과 몽환 등으로 나타난다. 일제 강점기 젊은 지식인의 전형이다.

차혁 : 원봉의 친구.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최영순 : 최주사의 딸. 원봉과는 여동생으로 함께 자란 사이. 차혁의 애인. 전통적인 여인상이다.

최주사 댁 :  원봉과 원순의 어머니. 남편의 유언에 따라 원봉과 영순을 결혼시키려 했으나, 영순에 대한 애정 때문에 차혁과 결혼시키기로 태도를 바꾼다.

정숙 : 원봉의 약혼녀. 원봉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일본으로 떠난다. 원봉이 병에 걸리자 동경에서 돌아와 지식인으로서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영순과 대조되는 신 여성이다.

 

작가 김우진 (1897-1926)

윤심덕과의 현해탄 투신 사건으로 유명한 인물. 장성군수의 아들로 내어나 보수적인 유교 가정에서 성장하였지만, 서구 근대사상에 철저하게 탐닉하여 니체,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러시아 혁명 이후의 사회주의에도 깊이 빠져있었다. 그의 이러한 급진 사항은 "스트린드베리"의 표현주의와 전통부정정신, "버나드 쇼"의 개혁사상을 받아들이게 하였다. 

그는 자신이 겪은 시대의 고통을 적절히 작품 속에 투영함으로써 당시의 계몽적 민족주의나 인도주의, 감상주의에 머물렀던 기성문단을 뛰어넘는 선구적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특히 표현주의를 직접 작품으로 쓰고 실험한 당대 유일한 극작가였다.

<산돼지>는 친구 조명희의 시 <봄 잔디밭 위에>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그의 사회개혁적인 사상을 잘 보여준다. 그가 이 작품을 자신의 "생의 행진곡"이라고 고백하였듯이, 개화지식인의 임상보고서적 성격을 보여준다.

 

희곡 <산돼지>는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알면서도 현실의 장벽에 부딪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들의 저항과 좌절을 그린다. "산돼지"라는 제목은 사회 개혁이라는 숙명을 지녔으나 집돼지처럼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현실의 울타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원봉을 상징한다. 원봉은 이런 상황 속에서 심각한 내면적 갈등을 겪는데, 이는 그가 앓는 병과 몽환을 통해 구체화된다. 특히 몽환 장면은 원봉의 내면 갈등과 의식 세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표현주의적 기법이 적용된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