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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 희곡 분석 - 줄거리 정리, 작가 함세덕, 등장인물 분석

by ※◇♧‡ 2023. 6. 27.

1939년 발표된 함세덕의 <동승>은 인간의 감정과 종교적 숙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동승의 모습을 통해 참다운 사랑과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낭만주의 경향의 희곡이다. 

 

<동승> 희곡 분석 - 줄거리

 

산속 절에 사는 동승 도념은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고 기다린다. 그는 죽은 자식을 위해 불공을 드리러 찾아오는 미망인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린다. 미망인 역시 도념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며 그를 수양아들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지 스님은 도념이 절에서 전생의 죄를 씻으며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도념이 미망인의 수양아들로 가는 것을 반대한다. 결국 도념이 어머니의 목도리를 만들 생각으로 불상 뒤에 숨겨둔 토끼의 가죽이 발견되면서 미망인의 수양아들이 되려던 희망은 좌절된다. 미망인은 도념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마 약속하지만, 그는 초부의 우려를 뒤로 하고 주지 스님 몰래 어머니를 찾아 절을 떠난다.

 

<동승>의 등장인물

도념 : 14살의 동승.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절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면이 있으나, 결국 어머니를 찾아 절을 떠나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주지 : 도념이 내적 갈등을 겪는 주요 원인이 되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완고하지만 내심으로는 도념을 아낀다.

미망인 : 남편과 아들을 잃은 불행한 인물. 도념을 수양아들로 삼고자하지만 결국 주지 스님의 반대를 받아들이는 운명론적, 순응적인 인물이다.

초부 : 정이 많고 성실한 나무꾼. 도념을 아끼고 연민을 느낀다. 완고한 주지 스님의 종교적인 측면과 미망인, 도념 어머니의 인간적인 측면을 매개한다.

 

 

작가 함세덕의 작품 세계

작가 함세덕(1915-1950)은 좌익 편향의 글을 쓰고 월북했다는 이유로 규제문인이 되었으나, 1988년에 해금되었다.

함세덕은 주제, 사상 면에서 사실주의 극으로 시작하여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를 동시에 접목한 사회적 사실주의 극을 추구하였다. 그의 처녀작 "산허구리"는 유치진의 "토막"과 유사한 배경과 구조를 지닌 작품으로, 서해안의 작은 어촌 생활을 통해 일제 강점기의 궁핍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또한 "무의도 기행"은 젊은 소학교 교원의 눈을 통해 어촌의 비극적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감자와 족제비와 여교원"에서 식민지 수탈 정책을 노골적으로 고발하였으나 검열에서 전면 삭제당하기도 하였다. 이후 그는 작품에서 사실을 밑바탕에 깔고 낭만을 내세우며 양쪽의 조화를 꾀하였다. "동승"은 이 계열의 첫 작품에 해당한다. 함세덕은 "동승"에서 사실적인 극작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 극화시켜 놓았다.

 

<동승>의 주요 갈등은 사마승인 도념이 세속적인 인연과 불가에서의 삶 사이에서 겪는 내적 갈등이다. 어머니를 향한 도념의 간절한 기다림, 그에 따른 절망과 좌절이 간결하면서도 긴밀한 극적 구조 속에 녹아있다. 또한 도념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미망인이 도념을 속세로 데려가려는 상황에 대한 갈등이 극적 긴장의 축을 이루고 있다. 결국 도념은 어머니가 존재하고 꿈과 자유와 희망이 있다고 믿는 속세를 향해 떠나는데, 이는 경직된 종교의 계율보다는 인간적 따뜻함을 추구하는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참다운 사랑과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극은 일반적으로 불성 대 모성의 대립이라는 관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걸음 나아가 도념과 미망인의 성숙이라는 차원에서 해석될 수도 있다. 주지가 도념과 미망인이 함께 떠나는 것을 반대하면서 미망인이 처한 숙명을 언급하였을 때, 미망인은 그 말에 수긍하면서 자신의 죄가 도념에게 해를 끼칠까 두렵다며 스스로 고집을 꺾는 모습이라든지, 미망인이 마지막에 도념을 한 달에 한 번 보러 오겠다고 하고, 도념 또한 약속을 하지만, 약속과 무관하게 조용히 절을 떠나는 모습에서 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어떤 종교나 관점이 지배적 의미로 부상하지 않는다. 주지는 여전히 불심을 강조할 것이고, 초부는 포용력을 가지고 도념을 위할 것이다. 결국 도념은 불심이나 세속적인 욕망 어느 한쪽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관점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