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진의 <소>는 일제 강점기에 삶의 터전과 희망을 상실한 채 몰락해 가던 우리 농민들의 삶을 그린 사실주의 희곡이다. 이 작품의 사건은 모두 "소"를 중심으로 발생한다. 국서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소를 지키고 싶어 하지만, 두 아들은 또 저마다의 이유로 소를 팔려고 한다. 이들 가족 내의 갈등은 결국 사음에게 소를 빼앗기면서 소작농과 지주 간의 갈등으로 확대된다.
<소> 작품 분석 - 줄거리
국서는 가난한 소작농으로 소는 그의 유일한 재산이자 자랑거리다. 마을에 몇 년 만에 풍년이 들었지만, 장남 말똥이는 생활고로 팔려가게 된 이웃집 귀찬이와 결혼시켜 달라고 조르면서 일을 하지 않는다. 차남 개똥이 역시 만주로 돈 벌러 가겠다며 소를 팔아 노자를 마련해 달라고 조른다. 완강하기만 하던 국서도 결국 소를 팔아 말똥이와 귀찬이를 결혼시키기로 한다. 그러자 개똥이는 소를 몰래 팔 궁리를 하다가 가족들에게 오해를 사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그러던 와중에 사음이 나타나 그동안 흉년이 계속되어 못 받아간 장리쌀을 대신한다며 소를 빼앗아 가버린다. 이로 인해 귀찬이는 일본으로 팔려 가고, 좌절한 말똥이는 지주의 곳간에 불을 질러 주재소에 잡혀간다. 개똥이는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고향을 등지고 떠날 것을 다짐한다.
<소>의 등장인물
국서 : 선량하지만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해 온 농사일과 전통적 가치관만을 고수하는 완고하고 보수적인 인물.
말똥이 : 국서의 장남. 동네 처녀 귀찬이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농사일을 거부함으로써 현실에 대해 소극적인 저항을 보이는 인물.
개똥이 : 국서의 차남. 일확천금을 꿈꾸며 만주로 떠나려는 다소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힌 인물.
귀찬 부 : 경제적 고난 때문에 딸을 팔면서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저 돈이 생기는 것에 기뻐한다. 딸에게 닥칠 불행을 읽어내지 못한다. 현실 인식이 부족한 인물.
사음 : 국서네 마을 소작농들의 도지를 관리하는 마름. 이기적 인물로 수탈의 대리인 역할.
소가 상징하는 것은?
국서에게는 소가 정신적 기둥이다. 개똥이에게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는 수단이며, 말똥이에게는 사랑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이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 소는 농촌의 소중한 자산이자 희망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일제의 불합리한 소작 제도에 의해 소를 빼앗기는 현실은 국서의 가족으로 대표되는 일제강점기 우리 농촌(민죽)의 희망이 송두리째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확대하여 생각한다면 일제에게서 지켜내야 할 민족혼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고난과 해학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풍년거지의 역설적 상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즉, 풍년은 왔으나 먹고살기는 어려운 모순적 상황을 통해 일제 강점기 농촌의 실상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서 처의 대사 "농사가 잘되면 어디 논 임자 밭 임자가 가만둡니까?"처럼 소작농들은 아무리 풍년이 들어도 지주에게 밀린 도지를 갚느라 쌀 한 통 구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새로 실시될 농지령 때문에 그동안 밀린 도지를 다 갚지 못하면 그나마 부치던 논도 떼게 될 처지이다. 밀린 도지 때문에 딸을 팔면서도 딸 낳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귀찬이네의 상황, 지주에게 자식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소를 억울하게 빼앗기면서도 소보다 비싼 소송 비용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국서네의 상황 모두가 역설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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