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무대 위의 세계를 넘나들기 위해 현실 세상과는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숨쉬기, 말하기, 서기, 걷기 등을 다시 배우고 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배우가 보는 방법 즉, 시선 처리 방법과 그 훈련 방법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배우는 항상 무언가를 보아야 한다.
여기서 본다는 말은 see가 아니라 look 해야 한다는 말이다. 영어에서 see는 목적이나 의지 없이 그냥 봤는데 보이는 것을 말하고, look은 특정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무대 위의 배우는 항상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시선 또한 목적과 의도에 따라 분명하게 보아야 한다. 설혹 멍하게 한 눈을 팔거나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라고 하더라도 무대 위의 인물은 반드시 무언가를 정해서 보아야 한다.
관객의 시선은 배우의 눈을 쫓는다.
배우는 눈을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무언가를 정확하게 본다는 말은 관객의 시선을 묶어둔다는 의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카메라가 관객의 초점을 결정지어주지만 연극은 모든 것이 동시에 열려있기 때문에 관객의 초점을 이동시키기 어렵다. 배우의 신선은 관객의 초점을 모아주고 이동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관객의 시선은 배우의 눈을 쫓는다. 지금 연기를 하는 배우의 시선이 무대를 넘어가 있을 때는 그 배우에게 집중한다. 하지만 그 배우가 무대 위의 상대 배우나 어느 지점을 보고 연기하면 관객은 그 시선이 꽂힌 곳을 함께 응시한다. 그래서 배우가 시선을 자꾸 두리번거리거나, 의미 없는 곳을 바라보면 관객은 어디를 봐야 할지 방향을 읽고, 그 배우의 연기도 공허해지고 만다.
눈으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
배우의 연기는 자극으로 시작된다. 상대 배우의 말이나 어떤 소리, 어떤 움직임, 어떤 촉각 등 외부 자극이 있을 때 배우는 눈으로 자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흔히 배우는 무대에서 눈으로 듣는다고 한다. 귀가 열려 있으면 소리야 들리겠지만, 관객은 배우가 상대 배우나 소리 나는 곳에 시선을 몰아주지 않으면 그 배우가 듣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초인종 소리가 났는데 배우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누가 왔나 보다."라고 하면 관객은 의아한 느낌이 든다. "듣지도 않고 어떻게 알지?" 소리 나는 곳 또는 방향을 본다. 이것이 무대의 법칙이다.
촉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무대에서 총을 맞은 배우가 상처 부위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쓰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통을 느꼈다면 눈으로 확인해야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다. 무대 위의 자극은 모두 시각화되어야 한다.
시선 처리 훈련 방법
우선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눈을 최대한 동그랗고 크게 뜬다. 조금 어색하더라도 눈을 크게 뜨는 연습이 우선이다.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최대한 눈을 깜빡거리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대사를 해보자. 눈으로 말한다는 생각으로 시선을 흐트러짐 없이 고정한 상태로 모든 정서를 눈으로 뿜어낸다. 이때 표정을 쓰거나 눈을 찡그려서 감정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한다. 몸도, 팔도, 표정도 쓰지 않고 오로지 눈빛으로 표현한다.
이상 배우의 시선 처리 방법과 그 훈련 방법을 살펴보았다. 연기는 눈으로 시작해서 눈으로 끝낸다. 눈이 흔들리면 연기도 흔들리고 눈을 쓰지 못하면 연기가 얕아진다. 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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