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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서브텍스트를 실제 연기에 적용하는 방법

by ※◇♧‡ 2023. 6. 9.

서브텍스트(sub-text)는 화술의 핵심이자 배우의 강력한 무기이다. 하지만 서브텍스트를 대사 분석의 한 단계 정도로 생각하고 쉽게 지나치거나,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연기에 적용하는 방법을 몰라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서브텍스트를 어떻게 찾아내는지, 또 실제 연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서브텍스트(Sub-text)란 무엇인가?

서브텍스트란 말 그대로 대사 이면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대사이다. 인물이 대사로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대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생각, 느낌, 판단 등의 실제 욕망이나 정서이다. 우리의 일상 대화는 내용으로 말한다. 대화의 거의 대부분은 객관적 정보의 전달이 차지하므로 내용의 전달만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감정이 들어간 말들도 감정을 직접 얘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브텍스트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연극은 짧은 시간 내에 극적인 내용을 다루므로 배우들은 언제나 강력한 목표로 무대에 선다. 따라서 무대 언어는 인물의 강렬한 욕망을 감추거나 함축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사들을 분석할 때 배우는 말로 다 표현되지 못한 숨겨진 문맥을 세밀하게 찾아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서브텍스트는 액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라.

서브텍스트를 찾으려면 우선 "액션"을 찾아야 한다. 연기는 대사를 행동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때의 행동은 걷고, 뛰고, 밀치고 하는 동작보다 큰 개념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는 정서적 행동이 액션이다. 예를 들면 비난하기, 경멸하기, 칭찬하기 등이 연기의 액션이 된다. 서브텍스트는 이런 액션을 강화하고 선명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너 얼굴이 왜 그래?"라는 대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최근에 실연한 사건이 전제가 된다면, "추궁하기"를 액션으로 정하고, 강력한 추궁을 위해서 "바보 같은 놈아"라는 서브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겠다.

 

진짜 본심을 대사로 만들어라.

서브텍스트를 상황분석 정도로 그치지 말고 반드시 말하고 싶은 본심을 대사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내면독백"이라고 한다. 내면독백은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그 말을 듣는 자신의 속마음 일수도 있고, 자기 대사의 숨겨진 의미 일 수도 있다. 반드시 대사로 만들어서 마음으로 말하여야 한다.

 

 솔직한 자기 말로 만들어라.

서브텍스트는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며, 누구와 의논하거나 지시받을 필요 없는 자신만의 은밀한 무기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느끼는 아주 솔직한 심정을 자신이 사용하는 말로 짧고도 강력하게 구사하여야 한다. 서브텍스트를 대사로 만든다고 하여 구구절절 설명적이어서는 안 된다. 직관적이고 강력한 자기 말이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욕설도 훌륭한 서브텍스트가 된다.

 

서브텍스트 위에 대사를 띄워라.

대사는 아무리 자연스럽게 쓰여있어도 태생적으로 남의 말이다. 사람마다 쓰는 말투가 제각각인데 남의 말을 원래 내 말인 듯 입에 붙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번역극이나 고전극이라도 하지치면 대사를 자연스럽게 입에 붙이는 일이 큰 고역이다. 이럴 때 가장 강력한 해결책이 바로 서브텍스트이다. 각 대사의 액션에 맞추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내면 독백이 완성되었다면, 우선 대사를 서브텍스트로 대체하여 연습한다. 강력한 자기 말로 이루어진 서브텍스트는 따로 억양, 톤을 연습할 필요가 없다. 솔직한 자기 말대로 하면 된다. 그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그 호흡과 정서 그대로 대사를 엎어 씌운다. 그러면 아무리 어색한 문어체라도 자기 말의 범주에 들어오게 된다.

 

이상 서브텍스트의 개념과 실제 연기에 적용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모든 대사에는 반드시 서브텍스트가 있다. 심지어 서브텍스트를 그대로 뱉은 것 같은 짧은 대사라도 서브텍스트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말이 깊어지고 연기가 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