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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대사를 쉽고 빠르게 외우는 요령

by ※◇♧‡ 2023. 6. 29.

대사를 외우는 일은 언제나 배우에게 큰 도전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면서 현실적인 연습 일정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배우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대사 외우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대사를 외우는 데 있어 정해진 올바른 방법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사는 정확하고 확실하게 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간혹, 대사를 완전히 외우지 않고 의미상의 맥락으로 외워야 자연스럽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배우는 엔터테이너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배우 예술가가 될 수는 없다.

 

대사를 먼저 외우는 방법과 분석을 먼저 하는 방법

 

대사는 무의식적으로도 나올 정도로 달달 외워야 한다. 그런데 그 외우는 시기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대사를 먼저 외우고 후에 분석을 통하여 대사의 액션을 만드는 방법과 대사 분석을 통하여 정확한 의도 등을 파악한 후 의미를 알고 대사를 외우는 방법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다는 정답은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후자의 방법이 옳다고 느끼겠지만,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전자의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액션은 상대의 자극에 의한 내면의 충동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대사는 어떠한 장애물도 되어서는 안 된다. 대사를 생각하거나 만드는데 어떤 의식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면의 충동을 말로 바꾸어 낼 수 있으려면 대사는 구구단과 같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아무리 분석을 정확히 하고 의도가 분명해도 미리 연기톤을 결정하여 대사를 외우면 생명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간혹 대사의 액션이 바뀌면 암기 자체가 흔들리고 말을 못 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이것은 대사를 충동과 연결시키지 않고 말습관까지 같이 외워버린 결과이다.

 

 

대사를 소리 내어 읽으며 종이에 적는다.

무언가를 암기할 때 적으면서 암기하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거기에 소리 내어 읽으면서 적으면 암기력이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대사 역시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 자 한 자 소리 내어 읽으면서 적는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눈으로 읽으면 여러 번 읽을 수 있기에 마음이 급한 사람은 더더욱 그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소리 내어 읽으며 적는 과정에서 그 단어와 문장이 가진 의미가 배우의 내면으로 스며든다. 나아가 눈으로 읽을 때 발생하는 이상한 선입견이나 나쁜 화술의 습관이 미리 형성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배우는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쉬운 방법보다는 확실한 방법을 추구하여야 한다.

 

각 단어의 첫 글자만 써서 외운다.

실제 외국의 유명 배우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방법이다. 대사가 어느 정도 외워졌는데 손에서 완전히 대본을 놓기는 조금 부족할 때 사용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가령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라는 대사가 있을 때, "T b o n t b, t i t q."라고 적어서 이걸 보면서 외운다. 한글로 치환해 본다면 "죽 사 그 문"이 될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대사의 중간중간 문장들을 임의로 바꿔버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번 바꿔서 외워진 대사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되돌리기 힘들다.

 

녹음 기기를 활용한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대사를 녹음하여 듣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투자한 시간에 비하여 효과가 조금 적을 수도 있지만, 운동을 할 때, 산책을 할 때, 집안일을 할 때 녹음한 내용을 틀어놓고 한다면 자투리 시간을 대사 암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사가 어느 정도 암기 되었다면, 상대의 대사를 녹음한다. 상대 대사가 끝나면 내가 대사를 하는 방법으로 암기와 연습을 병행한다. 이때는 스마트 폰보다는 버튼식 녹음기를 사용한다면 다른 일을 하면서 플레이와 스톱 버튼을 눌러가며 사용하기 편리하다. 

 

 

상대를 두고 연습한다.

주위에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연습하는 것이 도움 된다. 상대 배역을 누군가 대신해 준다면 나의 대사 지점을 익히는 데에도,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여 연기하는데도 반드시 도움이 된다. 상대의 대사 파트를 항상 건너뛰고 지나간다면 연습장에 갔을 때 상대 대사를 듣는 일이 익숙하지 않게 된다. 내 대사 역시 작위적으로 준비된 대사가 될 위험성이 커진다.

 

잠들기 직전과 잠 깬 진후에 대사를 암기한다.

하루의 모든 일과가 끝나고 스마트 폰 검색도 더 이상 하지 않고 완전히 잠자리에 들 준비가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대사를 암기한다. 반드시 전체 대사가 아니라도 좋다. 잘 외워지지 않는 긴 대사라든지 어떤 장면이라도 좋다. 우리는 수면의 학습 효과에 대해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스스로 대사를 곱씹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면을 취한 후 아침에 눈을 뜨면 다른 어떤 일도 하기 전에 어젯밤 외웠던 대사를 암기해 본다. 생각보다 잘 외워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대사를 체화한다.

대사가 어느 정도 암기되었다면,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외우지 말고 생활 속 움직임 속에서 대사를 체화한다. 실제 말하듯이 대사 하면 더욱 좋다. 설거지를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또는 운전을 하면서 대사를 입과 몸에 붙여서 내면화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말을 하지, 말과 생활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몸에 익은 대사는 무대에서도 말을 넘어 삶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상 배우가 대사를 조금이라도 쉽고 빠르게 외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요령들을 살펴보았다.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배우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반드시 정확하고 분명하게 대사를 암기하여야 한다.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대사에서 자유로워질 때 연기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