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과 입시나 공연을 위한 오디션은 거의 대부분 독백 연기로 치러진다. 원래 독백 연기란 무대에 혼자 있는 배우가 상대방 없이 대사 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입시와 오디션에서는 상대방이 있다는 가정하에 혼자 긴 대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경우의 독백은 연기 방법이 일반 독백이나 대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입시나 오디션을 볼 때 독백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입시, 오디션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이다.
입시, 오디션 독백은 말만 독백일 뿐 대화이다. 상대방은 생략되었을 뿐 무시해서는 안된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가정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이때, 배우로서 대화하는 기술이 화술이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모든 매력을 쏟아부어야 되는 테스트에서 가장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하는 연기 기술은 다름 아닌 화술이다. 배우 지망생이라면 가장 먼저 해결하여야 할 연기기술이 바로 무대에서 사용할 자신의 말을 찾는 것이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는 무대의 말과 일상의 말이 달라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무대의 말처럼 일상의 말을 좋은 소리로, 의미를 담아, 정확하게 구사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 언어는 좋은 대화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우는 자신의 말을 찾고 그것이 일상 대화법이 되도록 훈련하여야 한다.
연기는 흥미로워야 한다.
입시, 오디션은 사람을 뽑는 시험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평가자의 관심을 얻어내야 한다. 하루에 수 백, 수 천명의 지원자를 만나는 심사위원들의 흥미를 끌려면 다른 지원자와는 달라야 한다. 그렇다고 튀기 위해서 이상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심사위원들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원자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배우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제각각의 인물은 모두 흥미롭다. 그런데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신을 감추고 남을 흉내 내면서 보편적이고 평범한 인물을 연기한다. 자기의 화술,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적극적인 액팅을 구사하라. 그러면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연기가 될 것이다.
리액션으로 상대방을 드러낸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심사자들에게 보여주는 것. 이것이 입시, 오디션 독백의 어려움이다. 이때의 연기가 독백이 아니라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긴 대사 사이사이에 상대방의 대사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넣어야 한다. 대충 어떤 의미의 말을 한다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넘어가지 말고, 구체적인 대사를 만들어서 말로 들어야 한다. 상대가 하는 대사의 뉘앙스, 톤, 감정까지 구체적으로 들어야 한다. 하지만 시험장에서 연기할 때에는 상대방 대사를 듣는답시고 시간을 길게 쓰거나, 대본에 없는 리액션을 집어넣거나 해서는 안된다. 입시, 오디션 연기는 흥미로워야 되는데 단 1초의 시간도 심사위원이 무언가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상대방의 대사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하되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듣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리액션에 필요한 시간 역시 과감하게 생략한다. 대신 상대방 얘기를 듣고 난 다음 내 대사의 전술 즉, 액션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서 내가 뭘 듣고 어떻게 반응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어필하도록 한다. 내 액션의 변화가 분명하고 구체적일수록 상대방이 선명히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라.
상대방은 보이지 않을 뿐 실제 존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연한 어떤 사람이 있겠지 하고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친구라면 구체적으로 내가 아는 실제 친구를 대입해 놓고 그 친구의 말을 듣고 그 친구에게 말을 한다. 우리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태도와 말투가 달라진다. 같은 친구라도 A라는 친구와 B라는 친구에게 사용하는 말이 미묘하게 다르다. 따라서 상대방이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내가 하는 연기도 구체적이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두루뭉술할수록 내 연기도 두루뭉술 해진다. 나만의 매력을 보여주려면 반드시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한다.
입시, 오디션에서의 독백 연기는 대화 연기의 변형이다. 없는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내고, 나의 연기로 상대방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이 변형된 독백 연기의 방법이다. 그리고 나의 연기는 나를 투영할 때 흥미로워진다.
'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연기 잘하는 방법 (0) | 2023.06.10 |
---|---|
서브텍스트를 실제 연기에 적용하는 방법 (0) | 2023.06.09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개요 (0) | 2023.06.07 |
대본 분석, 인물의 목표 설정 방법 (0) | 2023.06.06 |
연기 잘하는 몇 가지 팁 (0) | 2023.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