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무대에서 발성을 써서 소리 내어야 한다. 그런데 무대 위의 소리가 일상의 소리와 차이가 크다면 연기하는 본인도, 듣는 관객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무대에서 사용할 자연스러운 자신의 기본 소리를 찾는 발성 훈련 방법을 알아보자.
자기의 중립 소리 찾기
연기를 시작하는 학생은 흔히 발성 훈련에서 큰 벽에 부딪치게 된다. 소리를 증폭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소리를 지르거나 속삭이거나 양 극단을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무대에서 사용할 자신의 중립 소리를 아직 못 찾았기 때문이다.
연기할 때 배우는 한 가지 소리만 내지 않는다. 상황과 정서에 따라 복성, 흉성, 비성, 두성, 심지어는 생목 긁는 소리도 사용한다. 하지만 발성 훈련의 근간은 무대에서 편안하게 사용할 안정된 중립 소리를 만드는 데 있다.
베이스음 "ㅏ" 음 찾는 훈련
자신의 중립 소리를 찾는 훈련은 가장 힘 있고, 듣기에 아름다우며, 몸을 울려서 내는 기본음 "ㅏ" 음을 찾는데서 시작한다. 이전 포스팅에서 연기의 발성은 온몸으로 소리 내는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엄밀히 말해 발성에 관여하는 기관은 폐와 성대뿐이다. 복식호흡으로 아랫배가 아무리 불룩하게 부풀어올라도 공기가 배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공기는 폐로 들어간다. 아무리 몸통을 울려서 소리 낸다 해도 공기는 폐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소리는 폐에 들어온 공기가 성대를 통과여 나가면서 만들어진다. 그 후 입 속의 여러 기관과 부딪히고 굴절되면서 다양한 위치에서 조음 되는 것이다. 이때 폐에서 내보낸 공기가 성대를 통과할 때 가장 낮은 곳에서 다른 조음 기관의 충돌 없이 순수하게 만들어지는 베이스 음이 바로 "ㅏ" 음이다.
이후에 "ㅑ, ㅓ, ㅕ, ㅗ, ㅛ......" 등의 여러 모음들이 만들어지는데, 발성 훈련 시 베이스 "ㅏ" 음 위에 나머지 모음을 얹는 훈련을 한다. 왜냐하면 모든 모음의 음정이 제각각이므로 그냥 편하게 소리 내면 들쭉날쭉 알아듣기 힘든 말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다큐멘터리나 일상을 찍은 영상을 볼 때 자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ㅏ" 음 위에 다른 모음을 띄우는 훈련
성대를 이완하여 자기 위치에 두고, 의식을 몸통에 집중하여 몸을 울려서 나오는 힘 있고, 편안한 "ㅏ" 음을 찾는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목구멍을 열고, 횡격막을 이용하여 "ㅏ" 음을 크고 길게 뽑아낸다. 이때 성대나 목 근육을 경직시켜 소리를 잡지 않도록 주의한다. "ㅏ" 음의 피치를 유지한 채로 천천히 "ㅑ, ㅓ, ㅕ, ㅗ, ㅛ......" 순으로 입의 모양을 바꾸어가며 나머지 모음을 차례로 "ㅏ" 음 위에 띄운다. 이 훈련이 익숙해지면 자음까지 "ㅏ" 음 위에 띄운다. "가, 나, 다, 라......", "가, 갸, 거, 겨......" 이렇게 모든 소리를 "ㅏ" 음 위에 띄우는 훈련이 끝나면, 대사를 "ㅏ" 음 위에 띄워서 연습해 본다. 이때 단조롭게 한 음으로 말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각 모음이 가진 음가로 소리를 내되 베이스 음을 유지하여 피치가 들쭉날쭉 해지는 것을 방지하라는 것이다. 합창에서 소프라노가 높은 음역을 노래할 때 알토가 낮은 음역을 받쳐주어 전체 소리를 풍성하고 안정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다. TV나 영화 등 매체 연기에는 맞지 않는 발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연기는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면 어색하고 힘들다고 훈련을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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