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기

연기 교육의 필요성 - 연기학원 연극영화과 꼭 다녀야 하나?

by ※◇♧‡ 2023. 5. 31.

간혹 연기는 타고난 끼와 감이 중요하며 특별한 연기 교육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연기는 일상의 재현이고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부분인데, 악기연주나 자동차 운전처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 문제의 해결에 앞서 우리는 연기가 영감의 영역인지 기술의 역영인지 먼저 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연기 교육의 필요성 - 연기는 영감인가 기술인가?

연기는 "가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역할의 진실한 행동"이다. 배우는 가상의 세계와 역할을 믿어야 하며 관객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자신이 믿는 능력은 영감의 영역이고, 관객을 믿게 하는 능력은 기술의 영역이다. 영감의 영역은 감수성, 판단력, 공감능력 등과 관련된 정신적인 분야이고, 기술의 영역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원리와 체계를 가진 과학의 분야이자 움직이고 소리 내는 육체의 분야이다. 궁극적으로 연기는 영혼과 육체, 영감과 기술이 하나가 되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기술이 영감을 이끈다.

영감과 기술을 함께 수련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궁극적으로 둘 모두 최고의 경지까지 도달하여야겠지만, 둘 중 한쪽을 먼저 계발하면 나머지 한쪽도 발전한 쪽을 따라 쫓아올 수 있다. 예술에 있어서는 기술을 먼저 연마하면 영감은 자연히 따라 오는 것으로 본다. 중국의 경극을 예로 들면, 어릴 때부터 몸만들기 훈련을 시작하여  뛰고 돌기, 검술, 곡예, 소리 만들기를 반복해서 익힌다. 그 훈련과정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렇게 십수 년을 수련하여 나이가 차면 각자 소질과 적성에 따라 어떤 배역을 담당하기도 하고, 악기를 맡기도 한다. 그렇게 훈련된 각각의 역할들이 모여 고도의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는 경극을 만드는 것이다.

 

연기는 영혼이 담긴 기술이다.

기술이 완벽해지면 마음도 그처럼 따라오게 되어있으나,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영혼의 모습이 아무리 잘 빚어져도 기술의 표현세계가 쫓아가지 못하면 예술의 모양이 나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인 기초 기술을 먼저 익혀야 한다. 여기에 연기교육의 필요성이 있다. 결국 연기란 고도로 잘 훈련되고 벼려진 기술 위에 영감과 직관이라는 영혼이 더해져야 예술로 승화되는 것이다.

 

반드시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시작하고,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훈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술을 무시하고 여과없이 내지르는 감정 표현을 진실된 연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연기는 반드시 기술과 영감의 영역을 함께 성장시켜야 하고,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기술 교육을 통해서만 궁극의 목적에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