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란 무엇인가? 연기는 형이상학적, 형이하학적, 정신적, 신체적, 의식적, 무의식적, 이성적, 정서적 모든 감각체계를 총망라하는 복합적 인간행위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인간행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지금부터 그 비밀을 파헤쳐보기로 하자.
연기의 정의
인간 행동의 시적 표현, 내면의 진실을 표현하는 것,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 등 배우는 저마다의 경험과 신념에 따라 연기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이 모두는 옳은 말이다. 그중에서 우리는 샌포트 마이즈너(Sanford Meiser)의 "연기란 가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역할의 진실한 행동이다."라는 표현을 토대로 연기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연기는 가상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이것이 연기의 대전제이자 시작점이다. 이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만 비로소 연기를 시작할 수 있다. 모든 작품은 그 작품만의 세계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극이라도 "햄릿"의 세계가 다르고 "오셀로"의 세계가 다르다. "바냐 아저씨"의 세계가 다르고 "갈매기"의 세계가 다르다. 현대의 모든 드라마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작품은 각자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다. 배우는 이렇게 작가가 가상으로 제공한 세계 속에서 가상으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연기는 진실한 행동이다.
여기에 배우의 딜레마가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의 역할을 진실되게 연기하는 것. 이것이 배우의 역할이자 딜레마이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가상과 현실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진실을 쫓는 것, 이것이 배우의 숙명이다. 그러면 배우는 어떻게 가상의 세계 속에서 진실한 행동을 찾을 수 있을까?
배우가 하는 일은 무대 위 세상을 믿고 관객을 믿게 하는 것이다.
배우는 자신이 살아 숨 쉬어야 할 무대 위 세상을 명징하게 알고 믿어야 한다. 내가 햄릿은 될 수 없지만, 햄릿이 사는 세상 속에서 햄릿과 같은 배경을 가진 내가 햄릿과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그 세계와 그 상황 속에서 진실한 행동인지 찾아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답을 탐구할 대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간혹 어떤 알 수 없는 힘으로 연기의 신과 같은 강한 영감이 자신을 배역으로 이끌어줄 것이라 기대하는 배우들이 있다. 하지만, 내 속의 햄릿을 끄집어내지 않고 햄릿 역할을 진실되게 수행할 방법은 없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연기는 내가 진짜 햄릿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것도 아니요, 햄릿을 그럴싸하게 흉내 내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세상과 상황을 믿어내고 내 속의 진실한 정서와 행동을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배우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내가 믿었다면 관객을 믿도록 만들어야 한다. 배우의 진실한 행동이란 뒤집어 말하면 관객이 진실하다고 느낄만한 행동이란 의미도 된다. 일상의 현실과는 확연히 다른 무대 위의 진실을 관객이 믿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배우의 할 일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연기는 가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역할의 진실한 행동이다. 배우의 일은 가상으로 주어진 세상과 주어진 역할의 상황을 믿고, 관객이 무대 위의 진실을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는 이 블로그를 통해서 배우의 기술에 대해서 계속 탐구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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